자녀에게 직업을 권한다면 어떤 직업을 권할까. 자녀의 진로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최근 진로교육이 강조되면서 고등학교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진로교육에 비상이 걸렸다. 언론들은 '00년 후 유망직종 베스트'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내고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직업의 선택은 연봉을 얼마나 주는 지와 어느 대기업에 취업하는 지가 중요한 화두가 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는 '연봉'이라는 잣대에 밀려나기 일쑤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머리가 아프다. 아이 자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 지,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부모들은 난관에 부딪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성적'만을 강조하고 남들이 유망하다는 직종으로 직업을 선택하기를 강요한다. 정작 인생을 살아갈 아이 본인이 선택할 기회는 주지 않는다.
설사 아이에게 기회를 주더라도 부모가 생각했던 이상향과 다르거나 아이의 성적이 뛰어날 경우 그 선택을 존중하지 않은 채 다시금 어른 본인의 선택을 강요하는 게 보통 부모들의 모습이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인생 선배로서 그리고 내 아이의 부모로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자율'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고 유망한 직종,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학과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와 같은 원칙들을 강조하며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가 있다면 이를 거리낌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신간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은 이 같은 원칙을 강조한 '거창고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이 정해놓은 외적인 기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꿈꾸는 삶을 소신있게 살아갈 용기를 주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다.
거창고에는 직업십계명이 학교의 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에 언급한 내용 이외에도 거창고 직업십계명에는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등 보통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부모들이 화들짝 놀랄만한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다.
저자 강현정은 다큐멘터리를 취재하듯 거창고 직업십계명을 꼬박 3년간 취재하고 거창고 전성은 교사가 구술한 내용이 길잡이라 담겨있다.
지은이는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전국 각지에 흩어진 거창고 졸업생을 만나고 심지어 일본까지 건너가기도 한다.
그는 졸업생들을 만나며 '직업십계명'이 졸업생들의 삶에 어떻게 녹아들었는 지를 목격한다.
책은 20여 년간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박수용 전 교육방송 PD를 만나 더 큰 연봉을 포기하고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서울대 교수 자리도 내팽겨친 채 시골학교 선생으로 살고 있는 교사, 일본 보수당의 지역인 '미야자키'에서 대학교수를 하면서도 위안부와 관련한 영화를 상영하고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이를 통해 굽힘없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한다.
오랜 시간 끝에 지은이는 자녀에게 단 한 사람만이라도 진정으로 섬기겠다는 사랑을 심어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율을 존중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십계명이 아이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길잡이였음을 깨닫고 말한다. 교육의 목적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지 않고 내가 꿈꾸는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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