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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시선, 영화

불통과 무한경쟁사회에서 참스승을 만나다. 영화 <명령불복종 교사>

by TheExod 2015. 5. 8.



지난 2008년 서울시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가 일제고사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했다는 이유로 7명의 교사들을 파면·해임했다.

일제고사는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 등 4등급으로 분류, 지역단위로 등급별 비율을 교육과학기술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교육평가방법이다. 

성추행,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저질러왔던 장학사, 교사들에게는 견책, 경고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던 시교육청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아도 상관없고, 체험학습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는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교단에서 강제로 끌어내린 것이다. 

전국 학생을 점수대로 줄을 세우고 과외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1998년에 폐지되었던 '일제고사'는 이명박 정부 시작과 함께 다시금 부활했다. 정규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단순히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실시되는 시험이기에 학생과 학부모는 일제고사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가 있었지만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이를 무시했다. 

전교조 등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일제고사'가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는 지를 말해주고 학생과 학부모의 잃어버린 권리를 '담임 편지'라는 방식을 통해 학부모에게 전달했다.  

문제는 이 편지로 인해 실제로 일제고사를 보지 않고 체험학습을 선택한 학생들이 생기자 국가는 해당 교사들에게 국가의 명령에 불복종 하고, 체험학습을 선택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단행했다.



영화 <명령불복종 교사>는 바로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알린 '담임 편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파면·해임된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그들의 해임·파면 순간부터 마지막 복직 판결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다뤄냈다. 

겨울방학을 불과 일주일가량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측은 선생님들 집으로 해임통보서를 들고 찾아와 다음 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선생님들은 방학식날까지 출근투쟁을 벌였고 학교는 문을 걸어 잠그거나 공권력을 동원해 교사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어린 학생들은 사회에 나서기도 전부터 정당한 것을 정당했다고 말한 것에 대한 어른들의 불통을 체험해야만 했다.



결국 학생들은 방학을 앞두고 선생님을 잃었다. 졸업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자신들의 담임선생님과의 마지막 이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학교 측은 교사들의 졸업식 참여는 물론 앨범에서조차 담임교사의 사진을 뺀 채 공백으로 남기려 했다.

모든 것이 국가 명령에 불복종한 채 시험과 성적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사들이 교단에 설 수 없게 된 이유는 학생들을 생각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강원도에서도 4명의 교사가 해임과 파면, 전북에서는 장수중 김인봉 교장이 정직, 사립학교에서는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가 다시 파면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똑같은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영화에서 송용운 교사는 "일제고사는 평가의 획일화와 교육의 획일화를 불러오고 이는 인간과 사회의 획일화다"며 "1%의 반대도 인정하지 않고 1%의 다름도 인정하지 않는 것. 일제고사 반대운동을 했다는 학생에게는 퇴학 협박을 하고 있는 교육계의 현실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 학업성취도조사(PISA) 평가 감독관 역시 의문을 표시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일제고사 시스템은 문제가 있었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부당하다는 외침에는 귀를 막은 채 명령불복종에 대한 징계의 칼날만 휘두르고 있었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부당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저항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이 해직당하고 파면당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시험을 보지 않은 것 때문에 선생님이 해임됐다는 사실에 상처받게 됐다.  

영화는 일반 캠코더를 이용, 기록 형태로 촬영한 탓에 같은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들보다도 거칠다. 교육의 선택권을 준 선생님들의 징계와 해고의 과정, 그리고 복직까지 동행하며 영화 속에 온전히 표현했다.

초등생 일제고사가 폐지 된지 2년만에 부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2008년 일제고사 부활로 인해 선생님들에게는 부당한 징계가 내려지고 학생들은 시험 선택권과 자유를 빼앗겼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명령불복종 교사>. 

오는 14일 개봉 예정.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