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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시선, 영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영화 <휴가>

by TheExod 2021. 10. 11.

1882일째 거리에서 해고 무효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영화는 회사의 정리해고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비춘다.

재복(이봉하 ) 강남역 출구 앞에서 지나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담은 전단지를 건네지만, 대부분 무시당하거나 버려진다.

자그마치 1882. 그들이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다.

그들이 일상을 포기하며 거리에서 놓아 부당해고를 외쳤지만, 정의를 답변해야 법원은 미래에 경영상의 이유로도 해고가 가능하다 부조리한 판결로 답변한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우리가 애써 시야에서 지워버린 이들의 모습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지친 노조원들은 휴가 가기로 결정하고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휴가> 중. 1812일 째, 거리에서 복직투쟁 중인 재복(사진 가운데)과 노조원들  ⓒ 이란희, 인디스토리

우리에게 휴가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이지만, 영화 재복의 휴가는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다. 부조리한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일상으로의 복귀.

재복이 오랜 만에 돌아온 집은 역시 다른 전쟁터다.

막힌 싱크대를 해결하고 딸들과 함께 먹을 반찬과 밥을 짓지만, 관계 회복은 쉽지가 않다.

이내 재복에게 딸의 대학 예치금과 작은 딸의 겨울 옷을 장만해야 하는 숙제가 던져진다. 오랜만에 가장 역할이다.

재복은 급하게 직업소개소를 찾아 일을 알아보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해고 5년이라는 공백을 묻는 직업소개소장의 말에 그저 얼버무릴 뿐이다.

그저 아팠었다는 재복의 얼버무린 답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복직투쟁을 했다고 답변하면 자신을 고용할 직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는 그만큼 강하다.

딸의 대학 예치금과 작은 겨울 옷을 사기 위해 친구 우진(신운섭 ) 일주일 알바 제안을 받아들여 오랜만에 일터로 복귀하지만, 곳에서도 재복은 불합리한 현실을 마주한다.

위험한 작업 현장이지만, 형식적인 주의 사항만 얘기하는 친구 우진과 작업 다쳤음에도 산재 신청 대상이 되는 여부를 못하는 젊은 사수 준영.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종으로 현장실습에 내몰리는 특성화고 학생의 모습.

이처럼 영화는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우리 현실 속에서 근로기준법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어떻게 사문화되고 있는 지를 투영하고 있다.

영화 <휴가> 중  영화 속 재복은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든다. 노동이라는 것이 밥벌이의 수단이라는 것을 영화는 재복을 통해 알려준다.  ⓒ 이란희, 인디스토리

재복은 영화에서 없이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우리에게 노동이란 밥벌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는 밥을 하고 한다.

영화 재복은 우리 주변에서 있는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실제는 전혀 평범하지 못한 인물이다. 딸을 키우고 있지만, 제대로 아버지 노릇은 이미 오래 일이다. 정리해고로 밥벌이가 끊기고, 그에 항의하며 년간 복직투쟁을 이어온 까닭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언제든 일어날 있는 일이지만, 우리가 애써 감아왔던 현실 주변의 이야기가 영화다.

영화 <휴가> 중  1812일의 기나긴 거리 복직 투쟁. 재복과 그의 동료들은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이란희, 인디스토리

고공농성까지 했지만 재판에서조차 부정의한 판결을 받아든 그들. 재복과 그의 동료들은 과연 일터로 돌아갈 있을까. 최소한의 노동법조차 무시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물음의 답이 정해져있다는 사실은 분노를 넘어 어떤 말로도 설명할 없다.

부조리한 현실을 과하지 않게, 분칠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영화 속에 그려낸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실보다 현실같은 영화 휴가 10 21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