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달아오른 더위가 식을 줄을 모른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등에서는 땀이 쉴 새없이 솟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 속에 가득하다.
이럴 땐 여행기를 읽으며 지친 일상을 달래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
최근 나온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미래의창·346쪽)는 극단적 인종차별주의 집단인 '스킨헤드' 때문에 생긴 러시아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린다. 이와 함께 다른 해외여행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행정보를 찾기 힘든 러시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다.
러시아는 유럽이면서 동시에 유럽이 아닌 나라다. 이런 수수께끼 같은 말이 있을까? 이 말은 러시아가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광범위한 영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왔다. 북한과 중국, 몽골, 우크라이나, 폴란드, 핀란드 등 동아시아부터 동유럽 및 북유럽까지 10여 개의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달하는 거리를 일주일여를 밤새 달리는 열차가 다니는 곳.
책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이 5년 뒤, 한 통의 전화로 다시금 러시아로의 여행을 떠나게 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둘러싸인 두 대도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진솔하면서 재치있는 소개와 여행자들이 접한 풍문들이 넘처나는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일행과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환상을 맛볼 수 있다.
책 중간 중간엔 러시아 예술가들의 문장 또는 글귀 등이 간간히 적혀 있다. 이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난 뒤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을 속성으로 과외받는 듯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전형적인 한국 남자들의 투박한 시선과 말투, 행동들은 이 책이 갖는 또 다른 매력이다.
빡빡한 휴가의 분초를 다투며 써야 하는 우리나라 회사원들에게 이들의 여행기는 또 다른 이정표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름휴가 한 번 가기 위해 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야근을 불사하는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평범남'들이자 어찌면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러시아에 대해 알게 모르게 자리잡힌 선입견을 깨기 위한 저자 일행의 노력도 책을 읽는 하나의 포인트다. 사실 얼마전까지만해도 극단적 인종차별주의 집단인 '스킨헤드'의 만행들이 심심치않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 이전까지 구 '소련'이었던 러시아의 여행정보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들 머릿 속에 러시아에 대한 선입견이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수 십년간 갈 수 없었던 '동토의 땅'이란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책 중간, 저자 일행에게 "러시아에서는 맥주 한잔하며 인사하고 어깨동무하면 친구가 된다"던 러시아 청년의 말은 러시아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우린 지레 겁 먹은채 러시아의 제대로 된 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다짜고짜 여행을 계획한 그들처럼 가끔은 무모하게, 가끔은 가슴이 시키는 일은 먼저 해보는 것이 어떨까? 행복은 셀프 서비스라는 그들의 말처럼.
광활한 러시아 땅 가운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만을 담은 점은 아쉽지만 우리가 모르는 러시아의 매력을 느끼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서양수·정준오 지음, 1만6000원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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