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을 부르는 명칭들이 자주 바뀌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중반 물질적·문화적 풍요를 누리며 신인류라 불리웠던 X세대가 있었고 인터넷과 휴대폰이 발달하자 네트워크 세대라는 의미에서 N세대가 등장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과 달리 뚜렷한 개성을 가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면 이들의 성격을 규정하기 바빴다.
90년대 X세대라 불리었던 이들이 어느 덧 기성세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현재 20∼30대는 무엇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는 한 젊은 저널리스트가 일간지 <디 벨트>에 기고한 한 편의 칼럼이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무엇이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개성 넘치는 20∼30대 젊은이들을 '결정장애 세대(Generation Maybe)'라고 명명한 그는 해당 세대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세대가 현재의 젊은 세대라는 것.
신간 <결정장애 세대>에서 저자는 선택지가 너무 많지만 실은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다양한 부류의 젊은이들을 '결정장애 세대(Generation Maybe)'라고 규정한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 역시 이들과 비슷한 세대인 느낌이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결정장애'를 검색해보면 정말이지 많은 이들이 결정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느 신발이 더 예쁜지, 어떤 가방이 더 멋있는지와 같이 사소한 것에서부터 어느 대학 어떤 전공이 더 괜찮을지라는 미래를 좌우할 결정까지 타인에게 묻곤 한다.
저자는 왜 이들은 성인이 다 되어서도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지, 왜 스스로를 기꺼이 '결정장애 세대'라 부르는 이들은 과연 누구이고 무엇이 이들을 결정장애 세대로 만들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책을 덮으니 "과연 우리는 어떨까.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20∼30대를 '결정장애 세대'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결정장애 고민들을 보면 보면 어쩌면 '결정장애'라는 말이 오늘의 20∼30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무엇인가 우리와는 다른 느낌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규정하는 명칭은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 등 앞선 세대들과 달리 부정적인 의미가 다분하다.
심지어 기성세대들은 현재의 젊은이들을 가리켜 '우유부단하다', '결단력이 부족하다', '나약하다'며 비판하고 나선다.
과연 이러한 비판들이 정당할까.
유년시절 IMF를 두 눈으로 목격했고 만점에 가까운 영어성적과 각종 자격증 등 스펙으로 무장해도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물가상승률만큼이라도 월급이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그야말로 꿈이 돼 버린 사회.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어떠한 지침도 얻지 못한 채, 어느 덧 덩치만 큰 어른이 된 채 세상 속으로 내던져졌다. 그런 이들에게 세상과 맞설 자신감이나 분명한 자기 결정을 기대한다는 것이 오히려 무리가 아닐까?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결정장애 세대'라고 일컫는다면 책의 저자가 말했던 '기회의 풍요 속에서 길을 잃은 세대'가 아닌 '기회의 빈곤 속에서 길을 잃은 세대'가 아닐까.
/ 김상우 기자 theexodus@il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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