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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시선, 영화

우리 시대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 영화 <국제시장>

by TheExod 2014. 11. 28.



"가족들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헌사하는 영화"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해운대>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윤제균 감독이 오직 가족을 위해서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국제시장>으로 돌아온다.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격변을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인생을 통해 생생히 그려냈다. 

윤 감독은 지난 24일 열린 시사회에서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야기"라며 "당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 온 아버지를 바라보며 늘 죄송한 마음이라는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부모와 자식의 입장에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 부모님 세대에 대한 헌사에 알맞은 공간을 고민하다가, 과거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현재까지 서민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일상의 소박한 꿈과 희망이 움트는 공간이기도 한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하게 되었다"며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삶을 통해 가장 위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 때문에 눈부신 발전과 함께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시대에 조금은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변해가는 '시장'을 배경으로 그려냈다"는 설명을 더했다.



함경남도 흥남부두 근처에 살던 덕수(황정민)의 가족은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을 피해서 남쪽으로 내려와 부산 '국제시장'에 정착한다. 

난리 통에 아버지와 막내를 잃은 덕수는 어릴 때부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인생을 바쳐' 일을 한다.  

독일 광부 파견에 지원해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고, 한국에 돌아온 후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동생을 위해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 한복판에 기술노동자로 향한다.

해양대에 진학해 '선장'이 되고 싶다던 덕수의 꿈은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동생의 등록금과 결혼자금 앞에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영화는 노인이 된 덕수와 그 가족의 일상을 통해 그가 살아온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며 한국전쟁과 독일 광부·간호사 파견,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상봉 등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꺼내 관객들에게 내보인다. 



영화는 투박하고 단순하다.  

별다른 기교나 반전은 없지만 '희생만 하고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와 '가족을 갈라놓을 수밖에 없던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직접적인 대사와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덕수라는 한 인물이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두루 겪는다는 설정은 어찌보면 과한 설정일 듯 하지만 잘 짜여진 구성으로 이런 단점은 이내 묻힌다.

앞서 개봉한 <나의 독재자>에서의 설경구의 노인 분장이 세월의 흐름을 더 잘 표현해 <국제시장>의 특수 분장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스웨덴 특수 분장팀을 섭외, 노년의 덕수와 영자(김윤진)의 모습을 그려냈지만 서양인과 다른 동양인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에 노년의 덕수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전달하는 감동을 막지는 않는다.

영화는 다음달 17일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126분.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