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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만한 시선/주목할 만한 시선, 책

<32> 부자들의 역습 / 레디셋고

by TheExod 2015. 3. 24.



65세 이상 노인빈곤율 48.3%, 저임금노동자 비율 14.6%. 

오늘 날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앞으로 바꿔야 할 지표들이다. 노인빈곤율은 압도적인 OECD 회원국 1위이고 저임금노동자 비율은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자살율, 산재사망율, 연간노동시간 등 여러 우울한 지표에서도 대한민국은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순위들은 우리가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것들 투성으로 가득차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부유세나 소득세 확대, 사회보험료에 대한 기업 부담 확대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프랑스 언론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가 펴낸 신간 <부자들의 역습>은 세계화 시대, 자본의 증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소득 불평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한 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 고장난 계층이동의 사다리

"개천에서 용 난다."

가난한 집안에서 일류대학에 들어가 성공한 사람들을 가르키는 이 속담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교육은 느리지만 가장 강력한 사회계층 이동수단이었고 그랬기에 기성세대들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농사를 도울 소를 팔고, 집 문서를 팔기도 하는 등 무모한 행동을 일삼았다. 일류대학을 나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낮은 계층. 즉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이 학위를 통해 꿈꾸던 계층이동장치가 고장나기 시작했다. 87년 대학 등록금 자율화 이후 대학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고 10년 뒤 찾아온 IMF는 대학생들의 취업난을 가속화시켰다. 

언젠가부터 대학 학위만으로 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은 단순한 '꿈'에 불가하게 됐다. 대학생들은 4년동안 쏟아부은 수 천만원의 학비 이외에도 각종 자격증과 어학연수 등으로 무장을 하기 시작했지만 취업난은 여전했다. 

IMF 이후 정부가 실시한 비정규직 정책과 기업의 비용절감 명분으로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는 '미래'가 불투명한 계약직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소득에 비해 비싼 교육비용으로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배움을 통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 점령하고 있는 부자들.

부자들은 모든 분야를 점령해 나가고 있다. 교육부터 시작해 자본은 말할 것도 없다. 정치와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막대하다. 그 결과 부자들의 권력에 맞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부자들의 급속한 증가는 소비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주머니를 가득 채운 두둑한 금력을 이용한 권력 정복을 통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소득불평등은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져 사회 전반의 전문 역량을 저하시키게 되고, 이는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사회조직에 균열을 가져올 위험성이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저자는 부자들이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 중 하나라는 사실라고 지적한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현실이다.


▲ 국가성장율보다 높은 부자들의 자본 성장율

'부자의 역습'이 두려운 것은 부자들이 더욱 손쉽게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에 있다. 

미국 의회 예산처 통계에 따르면 1979∼2006년 상위 10% 부자들의 평균 수입이 100% 이상 상승하는 동안 하위 20% 가정은 10% 오르는데 그쳤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평균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의 차이는 3대 1 정도다. 하지만 상위 10% 중 슈퍼리치라 할 수 있는 1%의 평균 소득이 상위 10%의 평균 소득보다 150배가량 많다. 돈이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프랑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좋진 않다. 최악의 결과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전에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주식부자 상위 10%가 주가 수익의 90%이상을 가져간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저자는 전통산업의 수익률이 바닥을 헤매던 시점에 금융으로부터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돈은 빛의 속도로 순환하고 국경을 넘나든다. 또한 세계 각지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부가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프랑스의 언론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의 <부자들의 역습>은 너무 많이 가진자들의 속살을 까발린다. 통쾌할 정도로 내용이 흥미롭다. 전 광주일보 프랑스 특파원 정상필씨가 '프랑스만의 독특한 돈에 대한 정서'를 한국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번역했다.

소득불평등이 만연해 새로운 신분계급이 그 고개를 뚜렷이 들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부자들의 역습에 대한 반격도 있어야 한다. 저자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시민의 연결, NGO단체의 역할을 꼽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해법을 내릴 수 있을까.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