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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만한 시선/주목할 만한 시선, 책

<14> 꿈, 지금 꼭 정해야 하나요? / 팜파스

by TheExod 2014. 11. 27.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진 채로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찾아나선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까?!

언젠가부터 학교 현장을 비롯한 교육계에서는 청소년들의 진로탐색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자유학기제라는 이름의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의 진로 탐색 강화 정책으로 인해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우후죽순으로 진로와 관련한 각종 강의와 체험학습이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진로 강의를 다니다보면 과연 이런 일회성 행사들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는 한다. 

30대에 진입해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나 역시 과연 이 길이 내게 맞는 일일까 고민하는 순간들이 있다. 나조차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꿈을 정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신간 <꿈, 꼭 지금 정해야 하나요>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선생님들의 따뜻한 위로이자 응원의 메세지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사실상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생활 대부분은 공부로 가득차 있다. 

그 와중에 숙제처럼 학교에서는 넌 무슨 학교에 갈 것인지, 나중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국제중과 외고, 명문대가 마치 성공을 위한 당연한 코스처럼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에게는 '무엇이 하고 싶은지', '어떤 꿈을 꾸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는 '청소년' 시기에는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꿈에 대해 폭 넓게 상상하고 경험해야 자신만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누누히 강조해왔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조차 질문을 던질 수 없는 환경 속에 놓인 아이들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꿈'을 묻고 대답하라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잔인한 '탁상행정'이다.

학교에서, 집에서 청소년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진로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을 수록 청소년들은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뭐라도 찾아서 내 꿈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압박을 받는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나온 일곱 선생님들은 이 책에서 '진로 선택'에 대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급변하고 있는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당장의 직업 선택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임을 강조한다. 

또 저자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의 꿈과 진학을 접하며 알게 된 청소년들의 고민거리에 대한 생생한 조언도 담겨 있다.

마치 숙제를 하듯 진로를 정할 것을 강요받는 청소년들에게 일곱 선생님들은 좀 더 꿈을 꿈답게 품을 수 있는 자유와 시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불안과 고민을 함께 공감해준다.

선생님들은 '꿈=직업'이 아니라 꿈은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의 나날을 살아갈 가장 큰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


/ 김국태, 김기용, 김진숙, 이수석, 이승배, 이정숙, 임병구 지음, 팜파스, 248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