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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시선, 영화

기억 남는 것은 욕정뿐이었던 영화 <순수의 시대>

by TheExod 2015. 2. 28.



배우 신하균의 데뷔 첫 사극 도전과 이미 드라마 <추노> 등을 통해 사극 연기가 입증됐던 배우 장혁, 최근 떠오르는 신예 강하늘의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순수의 시대'가 베일을 벗었다. 정말 정확히 벗기만 했다. 두 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동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신인 여배우 강한나가 세 남자배우들과 벌이는 정사신 밖에 없다. 첫 장면부터 짐승같은 정사신으로 시작, 이후에도 줄곧 정사신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

조선 초, '제 1차 왕자의 난'을 소재로 여기에 정도전의 사위인 '김민재'(신하균)와 정도전의 외손자이자 태조의 딸 경순공주의 남편인 '김진'(강하늘)이라는 캐릭터를 가상으로 집어넣는다.



태조의 사위 진의 아버지 장군 김민재는 북의 여진족과 남의 왜구로부터 위태로운 조선의 국경선을 지켜낸 공로로 군 총사령관이 된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한 강인한 인물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와는 반대다. 여진족 어미 소생으로 어머니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김민재는 어미를 닮은 모습의 기녀 가희(강한나)를 만나 애정을 느낀다. 그러나 가희는 어릴적 어미를 억울하게 잃은 후 복수를 위해 김민재에게 접근한 인물로 김민재와 진, 이방원을 갈등하게 만든다.


  

영화 초반에는 김민재·이방원·진, 이 세 캐릭터 설명에 집중한다. 이방원이 반대파 정도전 일파를 대상으로 피의 숙청을 벌이는 '왕자의 난'은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많이 등장했던 게 사실. '순수의 시대'는 여기에 가상의 인물 김민재와 가희를 설정해 호기심을 높였다. 

하지만 영화 속 각기 캐릭터들의 힘이 너무도 강한 탓인지 아니면 분량 분배가 잘못된 탓인지 스토리와 캐릭터들은 버무려지지 않은 채 겉돌기만 한다. 캐릭터 분석이 끝날 무렵 극중 핵심인물인 '가희'가 등장하고 여기서부터 틈만 나면 김민재와의 정사신이 펼쳐진다.


 

친구 사이라던 이방원과 김민재의 대립 원인은 단순히 김민재가 '정도전'의 사위인 탓으로 설명을 끝내고, 평민 출신의 가희가 왕족인 이방원에게 힘을 빌릴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설명 역시 부족하다. 김민재의 아들이자 태조 이성계의 사위인 '진'의 타락된 모습은 단순히 거세된 출세욕을 채우기 위해 성욕으로 대신한다는 설명으로 채워져 있어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이렇듯 부족한 설명에도 주된 스토리 라인인 '김민재와 가희의 사랑'과 이를 둘러썬 이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복잡하진 않다. 하지만 공감과 몰입하긴 어렵다. 



그나마 주연을 맡은 신하균이 첫 사극 연기 도전임에도 불구, 절제된 연기와 함께 '순수의 시대'란 제목에 걸맞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것이 이 영화가 가진 단 하나의 장점으로 기억될 뿐이다.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로 다소 폭력적이다. 신하균·장혁·강하늘·강한나는 이번 작품에서 각각 베드신을 소화했고 특히 여주인공인 강한나는 한 작품에서 세 명의 남자를 상대하는 열연을 보였다. 오는 3월 5일 개봉.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