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목할만한 시선/주목할 만한 시선, 책

<43> 커밍아웃 스토리 / 한티재

by TheExod 2018. 6. 20.

<성소수자 부모모임 지음, 한티재, 1만6000원>


"정의당은 좋은데, 동성애에 대해 말하는 걸 보고 지지하지는 않아."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대화를 하다,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동안 진보적이고, 또 약자를 위해 일을 한다고 느꼈던 선배의 그 얘기는 그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동성애자.
그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쩌면 이와 같이 '혐오'라는 단어로 정리되지 않을까?!

나 역시 LGBT와 같은 세부 용어는 잘 몰랐다. 남과 여. 이분법적 젠더만 알던 나였기에 더더욱 잘 몰랐다.

그래도 주변에 몇몇이 커밍아웃을 했었고, 기자라는 일을 하면서 짧은 배움들 덕분에 그들에 대해 거부감이나 차별적인 인식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던 것 같다.

최근. 군대에서 발생한 '군대 동성애 사건'을 보면서 나는 어떤 말을 해야할 지, 화가 났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동성애 인식은 더더욱 실망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제 자체도 못하게 하는데 어떤 차별을 반대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보면 지금 대한민국은 소득불평등, 점차 고착화되고 있는 금권주의를 소수 약자에 대한 혐오로 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더해 미투와 페미니스트에 대한 '백래쉬(backlash)'를 보며 이 생각은 확신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만든 '커밍아웃 스토리'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고, 단지 타고났을 뿐이라고. 그들도 우리와 같이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꼭 세상이 정해 놓은 시간표와 기준에 억지로 끼워맞춰 살 필요없다.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따를 자유와 권리가 있다.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겠다." p64. '삶은 신비로운 것. -변홍철-

이 글을 보며 참 가슴이 먹먹했다.

사실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도 부모로부터 저리 인정받고 응원받기 어렵다.
그들을 응원하고 인정해주는 것을 보며 한없이 부러웠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 주변에 있는 친구이자 이웃이다. 틀린게 아니다. 단지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런 그들의 행복을 우리가 혐오하고 조롱하고, 비판하고 비난할 자격은 없다.

"있는 그대로 너를 사랑해"

그 말이 참 가슴에 와닿는다.

이 책을 내준 #성소수자부모모임 #한티재 등에 참 고맙고 감사하다.